'파묘'와 '범죄도시4' 천만 영화 등극…'재미있으면 다 본다' 증명
시리즈 총합 4천만 '범죄도시'…독과점 논란도
천만은 나오지만, 손익분기점 넘지 못한 영화 가득 '암담'
2024년 연예계는 사건·사고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졌다. 각 분야별로 의미 깊은 뉴스도 많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바람잘 날 없었다.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안팎을 뜨겁게 달궜고, 음주운전 등 구설수에 휘말린 스타들이 실망을 자아냈다. 열애와 결혼으로 행복에 젖은 스타들도, 결별과 이혼으로 홍역을 치른 스타들도 많았다. 도 넘은 사생활 폭로전과 성추문 스캔들은 충격과 피로감을 안겼다. 안방극장엔 달달한 로맨스로 훈풍이 불었고 극장가에는 천만 영화들이 탄생했다. 올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계 뉴스를 짚어봤다.[편집자주]
2024년 상반기에만 두 개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지난해 '서울의 봄' 흥행을 '파묘'가 곧바로 이었고, 예상대로 마동석의 '범죄도시4'가 또다시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OTT가 성행하고 유튜브, SNS 콘텐츠가 범람하는 가운데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만들어졌다는 건 아직 영화관의 존재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은 일부러 다 찾아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계는 암담하다. 천만 영화는 나오지만 정작 손익분기점을 넘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에 영화계 종사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힘들다", "참 어렵다"라고 말한다. 특히나 여름 성수기나 명절 연휴를 겨냥한 영화들이 오히려 주목받지 못하고 흥행 참패를 맛보다 보니 제작사, 배급사는 영화 개봉 시기를 놓고 더욱 눈치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올해도 하반기 전망은 좋지 않은 가운데, 성수기 출격 대기 영화들이 어떤 성적표를 낼지 이목이 쏠린다.
◇ 장재현 감독의 놀라운 성과, '파묘'가 세운 신기록
지난 2월 22일 개봉된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며 최민식과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이 열연했다.
'파묘' 스페셜 포스터 [사진=(주)쇼박스]
장재현 감독의 장기가 제대로 발현된 '파묘'는 오컬트와 한국 정서를 적절하게 섞어냈다는 호평을 얻었다. 이야기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면서 호불호가 생기긴 했지만, 그 안에 담긴 민족의식은 대중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는 곧 흥행으로 이어졌다.
결국 '파묘'는 개봉 32일 만에 천만을 돌파했고, 김고은과 이도현은 '천만 배우'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오컬트 장르 사상 첫 천만 영화이자 최고 기록을 얻은 '파묘'의 최종 스코어는 1191만 명이다.
이후 김고은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이도현은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 장재현 감독은 감독상을 품에 안는 등 총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해외 영화제 초청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고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개봉 후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또 최민식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는 반대로 소탈하고 친근한 매력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범죄도시4' 포스터.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마동석의 아는 맛, 또 통한 '범죄도시4'
지난 4월 24일 개봉된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무술감독으로 유명한 허명행 감독 연출작이다.
개봉 첫날 8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시리즈 최고 오프닝을 기록한 '범죄도시4'는 개봉 22일째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시리즈 최단기간 천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 또 '범죄도시' 시리즈는 누적 관객수 4천만을 넘어섰고, 시리즈 3편이 천만 영화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범죄도시4'는 '범죄도시3'의 기록까지 넘어섰고, 최종 스코어 1148만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마동석이 선사하는 통쾌함이 또 통하기는 했지만, 똑같은 패턴이 식상할 뿐만 아니라 깊이감도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게다가 '범죄도시4'의 압도적인 흥행을 예상해 신작 개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극장가는 '범죄도시4'로 도배가 됐다. 선택권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범죄도시4'를 봤다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는 독과점 논란으로 이어졌고, 영화계에선 통탄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범죄도시4' 흥행이 가지는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다. '범죄도시' 시리즈 덕분에 극장가에 다시 활력이 생겼고, 우리나라에서도 시리즈물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 마동석은 현재 5~8편 제작을 위해 집필 단계임을 밝힌 상황. 4편까지가 1부, 5편부터 8편까지가 2부이기 때문에 다른 결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한 마동석의 '범죄도시'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영향력을 남길지 궁금해진다.
(왼쪽부터) 배우 김신비, 김지훈, 김도건, 이지훈, 허명행 감독, 이주빈, 마동석, 김무열, 이동휘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범죄도시 4' 흥행 감사 쇼케이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영화배우도 영화관 안 간다는데…손익분기점 넘기도 힘든 한국 영화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탄생했지만, 상반기 손익분기점은 고사하고 100만을 돌파한 작품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최근 개봉한 강동원의 '설계자'나 탕웨이, 수지, 박보검 주연 '원더랜드'는 각각 50만, 60만을 겨우 넘었을 따름이다.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2'가 개봉 12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암담하다.
이제 진짜 될 영화만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의 큰 이유는 OTT와 유튜브 콘텐츠가 활성화되다 보니 굳이 극장을 찾지 않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볼 영화가 없다'도 포함된다. 이제 클릭 한 번이면 전 세계의 질 좋은 콘텐츠를 손쉽게 볼 수 있는데, 왜 극장을 가서 돈과 시간을 소비해야 하냐는 것. 그렇기에 진짜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난 작품만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소비되고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내실을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할 때다.
씁쓸한 건 영화 주연 배우도 자신의 영화 외에는 극장에서 영화 보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일례로 강동원은 '설계자'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극장을 편하게 갈 수는 없어서 1년에 2, 3번 정도 간다"라고 하면서도 최근엔 뭘 봤느냐는 질문엔 "최근엔 극장 갈 시간이 없어서 OTT만 봤다"라고 답하고는 자신의 영화인 '천박사'와 '설계자'만 언급했다. 그러면서 "'천박사'가 작년 추석 극장가에서 1위를 했지만, 하루 관객이 20만 명도 채 안 들었다. 추석에 1위를 해도 이렇구나 싶어서 충격이었다"라며 "그래도 다행히 OTT로 잘 됐는데, 다른 영화는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물론 얼굴이 많이 알려지고 일정이 바쁜 배우라는 점에서 편하게 극장을 찾긴 힘들겠지만,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배우도 극장 대신 OTT만 찾을 정도면 현재 극장가의 암담한 상황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앞서 정우성은 '서울의 봄' 홍보 당시 한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 영화 어렵습니다', '극장 어렵습니다', '극장 찾아주세요'라는 구호가 되게 무색하다. 염치없다"라며 "영화관에 소파가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없어졌더라. 업계 상황이 안 좋으니 인력 감축을 하기 위해 소파까지 없앤 거다. 이걸 느끼는 배우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 이런 생각 하면 배우들한테 쓴소리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